마디로서의 관절
시간에도 마디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간에는 마디가 없다. 시간이란 쉬지 않고 돌아가는 해와 달을 모델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해와 달은 둥글게 쉼 없이 돌아가므로 마디가 있을 수 없다. 다만 인간이 시간에 점(點)을 찍어 시간의 마디로 사용할 뿐이다. 즉, 인간의 편의상 시간에 마디가 생겼다.
시간의 마디는 인간의 오성(悟性)을 자극하는 철학적 의미를 내포한다. 시간에 점을 찍어 마디를 만들었지만 그 마디의 정확한 실체는 우리를 깊은 상념에 빠지게 한다. 예를 들어 ‘오후 1시’를 생각해보자. 지금 시각이 오전 10시쯤이라면 오후 1시는 앞으로 약 3시간 뒤에나 다가올 실존(實存)의 시간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오후 1시가 되어 실존하는 그 시간에 도달하는 순간(瞬間, 눈 깜짝할 사이) 오후 1시는 지나가버리고 만다. 오후 1시가 되어 “오후 1시다.”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오후 1시는 흘러가버린다. 시간을 극도로 미분(微分)하여도 우리가 점을 찍은 그 자리는 찍는 순간 사라져버린다.
인간이 편의를 위해 만들었다지만, 시간의 마디는 만들어질 때부터 더욱 중요한 초월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루를 24등분한 모든 점들, 1달을, 1년을, 사계절을 나눈 모든 시간의 점들이 그러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마디들은 해와 달, 지구의 우주적 운행질서에 의해 설정된 것이므로 진정한 의미의 마디이기 때문이다.* 사계절로 본다면 가장 중요한 시간의 마디는 동지와 하지이고, 하루로 본다면 낮 12시와 자정이다.** 태양의 운행에서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키는 이 마디를 바로 ‘시간의 토(土)’라고 한다.
이러한 시간의 마디를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그대로 적용하면 오행의 마디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봄을 목(木)이라는 걸음걸이로, 여름을 화(火)라는 걸음걸이로, 가을을 금(金)이라는 걸음걸이로, 그리고 겨울을 수(水)라는 걸음걸이로 배속하면 된다. 토(土)는 각 계절의 마디를 이루며 목이 화로 바뀔 때, 화가 금으로 바뀔 때, 금이 수로 바뀔 때, 그리고 다시 수가 목으로 바뀔 때 중재자로 역할한다.
그렇다면 인체에서의 마디는 무엇일까? 관절의 순수한 우리말이 ‘마디’이므로 당연히 관절이다. 마디의 철학적 의미가 오행상 ‘토’에 속하므로 인체의 관절 역시 토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인체에서 토로 추상(抽象)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기는 원래 위(胃)*와 단전(丹田)**이다. 위와 단전은 내경(內景)에 있는 몸통 속의 토이고, 관절은 외형(外形)에 있는 뼈와 뼈 사이의 강(腔, 몸의 빈 공간)으로 마디를 이루며 토의 역할을 한다.
사람의 마디는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첫째는 자라기 위해서이고, 둘째는 움직이기 위해서이다. 식물의 마디가 자라기 위한 것이 주된 목적이라면, 사람의 마디는 움직이기 위한 것이 주된 목적이다. 사람의 몸에는 약 200개가 넘는 마디가 있는데, 무릎관절, 어깨관절, 팔꿈치관절, 손목관절, 발목관절, 그리고 척추관절, 고관절 등이 대표적이다. 사람도 성장기에는 관절을 중심으로 성장판이 자라므로 우리 몸에 내재된 식물성을 엿볼 수 있다.
우리 몸에 내재된 식물성
어린아이가 자라서 성인이 되는 과정은 나무가 자라는 것과 같다.
골격이 나뭇가지 펼쳐지듯 자라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아이 ▶ 어른 ▶ 거인
몸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얼굴은 자라면서 아랫쪽이 커진다.
거인은 팔다리 등 골격이 웃자라듯, 얼굴의 아랫쪽도 웃자란 모습이다.
|